
스위스 루체른에서의 첫날 아침.
오늘은 여행자 정보센터에 가서 지도를 구하고
앞으로의 일주일 여행계획이나 세워보자고 가볍게 숙소를 나섰다.

그런데 집을 나서자 마자
앞산 중턱에 예사롭지 않은 성벽과 탑이 보이는 것이었다.
어젯밤엔 어두워서 였는지 있는 것도 몰랐는데...
뭔지는 몰라도 유명한 곳일거라는 생각이 당연히 스쳤다.

그래서 이름도 모르고 올라간 곳이,
나중에 알고보니 '무제크 성벽' 이었던 것이었다.

뭐 행주산성이나 남한산성이 그렇듯이
외세의 침입으로 부터 마을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세워진 성벽이다.
1300년대에 세워졌고 대략 길이가 900미터를 달한다고.

성벽을 따라 9개의 탑이 있는데
지금은 그중 3개만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조금씩 다른 탑을 하나씩 오르고 내리는 재미도 있고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구시가지의 중세도시 풍경도 아름답다.
어찌 이리도 그림처럼 아기자기 오목조목 한지...
높고 험한 산세가 품어낸 작은 마을.
그 안엔 작은 강물이 휘둘러 흐르고
아담한 목조 다리가 살짝 놓여있기도 하다.
몇백년이 흐르도록 크게 변하지 않은 외관.

저멀리 푸른 호수 위엔
유람선이 미끄러지고
푸른 초원, 푸른 산, 하얀 구름도
몇백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구시가지를 내려다 볼수 있었던 첫번째 성벽.
수호신인가? 장군인가?
깃발을 든 조각상이 우뚝.

그 탑을 내려와 성벽 위를 걸으며 옆의 탑으로 다시 올라가 본다.

이곳엔 시계가 있었다.
초침 한번 똑딱 대기 위해
태엽은 쉬지않고 감기며
나사는 부지런히 돌아간다.
때가되면 왼쪽의 망치가 징을 두드려 정각임을 알리기도 한다.
아날로그 기계의 정교한 움직임은
참으로 믿음직스럽고 아름답다.

또다른 탑 위엔 커다란 종이 매달려 있었다.
이 종이 울리면 저 아랫 마을의 모든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그 뜻을 헤아렸을 것이다.
하루 일과를 끝내라...
혹은 적이 공격 해오고 있다..
같은 메세지를 들으며 이 성곽 위의 종과 소통을 했으리라.

또다른 성벽 안의 시계.
해와 달이 서로를 쫒고 쫒는다.
이 시계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성 안과 밖의 시계를 움직이는데,

성벽 밖 시계 모습은 이렇다.
사람 하나 겨우 오르내릴 수 있을 정도의
계단을 하나씩 오르며
맑고 오래된 성벽 사이로 난 작은 창문을 통해 내다보는 사방의 풍경이
세월을 가늠하기 어렵다.
성벽도, 내려다보이는 풍경도 중세의 어드메이다.

지도도 없이 성벽을 오르내리고
주변의 공원까지 슬슬 걸었던
아침 한나절은
시계 태엽이 한참 반대로 돌아갔던 것 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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