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일구월심

경인생 2014. 2. 5. 14:51

일구월심 삼천배    2014/02/05 05:27 추천 2    스크랩 0
http://blog.chosun.com/glassy777/7296828 주소복사 트위터로 글 내보내기  페이스북으로 글 내보내기

 

 

 

 

 

 

할무니는 거의 매일을

뒷곁 장독대 위애 정한수를 떠놓으시고

삼백예순날 한결같이 치성을 드렸다

 

내가 불교에 든 것 또한 할머니의 영향이 크다

 어린 날에는 거의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절이나 뚱땅집(무당집)을 드나들곤 했는데

지금도 그 기억이 어느 부분은 또렷하다

 

 쌍봉이라는 마을의 강거리에는

의영이네라는 무당집이 있었는데

계절마다 정기적으로 그곳에 가서는 치성을 드렸다

 

소원은 거의 같았던 것이었으니

우리 집의 안녕과 작은아버지에 대한 일구월심이 그것이었다

 

연이은 사업 실패로

정작 당신의 장자인 아버지는 정신줄 놓고

허구헌날을 술로 지새며 가산이 기울대로 기울어

술로 패가망신할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 새벽마다의 지극정성으로 드리는 치성이

다름 아닌 당신의 들째자식의

영민하고 똑똑했던 것을 붙잡고

평생을 마음에 담아 떠나보내질 못하신 것이다

 

 

돌아가신 날 할머니 소곳쟁이에는

비닐로 칭칭 감은 누런 증명사진 한 장이 있었으니

작은아버지 사진이었다

 

 그 작은아버지가 살아서 돌아오시길

평생토록 빌고 빌으셨던

할머니의 일구월심 기도

 

 

 

 

S7003892.JPG

 

 

 

 

  고향

 

 

 

              - 김소월 -

 

 

 

짐승은 모를는지 고향인지라

사람은 못 잊는 것 고향입니다

생시에는 생각도 아니 하던 것

잠들면 어느덧 고향입니다

 

조상님 뼈 가서 묻힌 곳이라

송아지 동무들과 놀던 곳이라

그래서 그런지도 모르지마는

아아 꿈에서는 항상 고향입니다

 

   

봄이면 곳곳이 산새 소래

진달래 화초 만발하고

가을이면 골짜구니 물드는 단풍

흐르는 샘물 위에 떠나린다

 

바라보면 하늘과 바닷물과

차 차 차 마주 붙어 가는 곳에

고기잡이배 돛 그림자

어기엇차 디엇차 소리 들리는 듯

 

   

떠도는 몸이거든

고향이 탓이 되어

부모님 기억, 동생들 생각

꿈에라도 항상 그 곳서 뵈옵니다

 

고향이 마음속에 있습니까

마음속에 고향도 있습니다

제 넋이 고향에 있습니까

고향에도 제 넋이 있습니다

 

마음에 있으니까 꿈에 뵈지요

꿈에 보는 고향이 그립습니다

그 곳에 넋이 있어 꿈에 가지요

꿈에 가는 고향이 그립습니다

 

   

물결에 떠내려간 부평 줄기

자리잡을 새도 없네

제자리로 돌아갈 날 있으랴마는!

괴로운 바다 이 세상에 사람인지라 돌아가리

 

고향을 잊었노라 하는 사람들

나를 버린 고향이라 하는 사람들

죽어서만은 천애일방 헤매지 말고

넋이라도 있거들랑 고향으로 네 가거라

 

 

 

 

 

S7000272.JPG

 

 안해가 멀리 산사로

새벽 다섯시에 삼천배 수행정진의 길을 떠난 새벽

 

할머니의 장독대 위에 정한수를 떠놓고 기도하시던

그 새벽이 떠올랐다

 

 

 일구월심 바라는 것이라는 것은

거의 자신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를 하는 것이

할머니나 안해의 공통된 것이었으니

그 이타심의 아름다운 마음이

부처님께 가 닿기를 바랄 뿐이다

 

 

밤 열시나 돼야 삼천배를 마친다고 하니

 그 기도의 경지에 이르는 고통과

마음 하나로도 이미 감동으로 다가와

 아무리 부부간이라지만 숙연키까지 하는 것이었으니..

 

 

집안의 무슨 큰 일때나

간구하여 얻고자 하는 일에서의

안해의 기도는 언제나 지성이 가 닿았다 

 

 안해는 간절히 원하는 기도를 할 때면

연필을 깎아 경전을 사경을 하곤 하는데

그 연필의 사각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도 들릴 지경으로

그런 순간에는 나 또한 숨을 죽이고

마음으로 함께 기도를 한다

 

 

그 정성 가득한 기도는

언제나 부처님께서 들어주셔서

가정의 화평을 가져왔고

난관이 닥쳐옴에 순탄하게 헤쳐 나아갈 힘을 주시곤 했다

 

 

 

 

 

추운 새벽길

 

지아비 건강을 위해 멀리

삼천배를 떠난 안해의 일구월심

 

 

 

  

 

 

 

     

 

'불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탐진치  (0) 2014.05.21
선불교  (0) 2014.02.27
달마대사  (0) 2013.10.16
틱낙한  (0) 2013.10.16
금강경  (0) 2013.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