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E PEOPLE

죽음의 문턱

경인생 2015. 1. 30. 14:44

죽음의 문턱 - '臨死체험' 2題    2015/01/26 08:16 추천 1    스크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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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다 죽는다. 누구나 아는 확고한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 죽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죽음의 불확실성이다. 죽음의 이런 양단에서 더 불확실한 게 있다. 죽은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 또한 아무도 모른다. 죽어봐야 알 일이지만, 죽은 사람이 제 입으로 어떻게 그 경험이나 얘기를 어떻게 들려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의 반쯤에 해당되는 죽음과 죽음의 과정에 관한 얘기는 꽤 있다. 죽었다 살아난, 이를테면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나온 ‘임사(臨死)’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게 그 것이다. 이런 ‘임사체험’의 얘기들 가운데 대개는 어떤 빛을 따라 터널 같은 곳을 통과한다고 한다. 회생, 즉 다시 살아나는 과정도 비슷하다. 이에 해당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겪은 임사의 체험이 있다. 그보다 좀 앞선 시기에 해외신간을 소개하면서 좀 기이한 임사체험의 얘기를 읽은 적이 있어 이 둘을 함께 소개해보고자 한다.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는 것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소개되는 임사의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는가는 전적으로 읽으시는 분들의 몫이다. 이 글과 관련해 어떤 특정 종교를 폄훼할 의도는 추호도 없음을 덧붙이고 싶다.

 

에벤 알렉산더(Eben Alexander)박사는 하버드 의대의 저명한 신경외과 교수다. 그는 2012년 어느 날 희귀한 뇌손상을 입고 죽는다. 혼수상태에 빠진 후 일주일 간 완전히 죽은 상태였고, 의사들은 모든 생명연장기구의 철수와 함께 생물학적 사망 판정을 내리려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그 지점 어느 순간 눈을 번쩍 뜨면서 현대의학이 판정한 죽음의 문턱에서 이승의 세계로 되돌아 왔다. 당연히 의학계에서는 알렉산더 박사의 회생을 기적으로 여겼다. 그러나 그가 살아난 것이 기적이기도 하지만, 정작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살아난 후 자신이 체험한 ‘사후세계(afterlife)’를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알렉산더 박사는 책을 낸다. 책 제목은 ‘프루프 오브 헤븐(Proof of Heaven)', 말 그대로 천국을 증명한다는 제목이다. ’사후세계로의 여행(A Journey into the Afterlife)'이 그 부제다.

알렉산더 박사에 따르면 그는 일주일 간 죽음의 상태에서 이승을 벗어나 저승인 사후세계로 간다. 거기서 그는 ‘천사적인 존재(angelic being)'의 안내로 초자연적인 심오한 세계로 가 우주의 신성한 어떤 원천을 접하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천국(Heaven)'이라는 것이다. 알렉산더 박사의 이 얘기는, 죽어 사후세계를 경험한 후 살아난 이른바 ‘임사체험’의 한 기록이다. 이런 얘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이 있고 많이 전해진다. 그러니 알렉산더 박사의 이런 체험담은 좀 진부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의 얘기가 관심을 끄는 것은 그가 과학을 신봉하는 저명한 신경외과 의사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체험이 일시적으로 손상된 뇌의 극심한 스트레스에 의한 환각 내지 환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 자신 과학자로서 그런 체험이 있기 전까지 누구보다 천국과 신, 그리고 영혼의 존재를 부정해왔던 인물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어떤 특정한 종교를 운위하지 않는다. 예컨대, 천국으로 안내한 존재를 ‘천사적인 존재’로 표현하는 것에서도 그런 점이 감지된다. 하지만 그는 회생한 후 완전히 달라졌다. 사후세계를 인정할뿐더러, 인간은 이승에서 사후세계는 물론 신과 영혼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을 때 몸과 마음이 진정 건강한 것이라고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신에 대한 존재가 좀 애매하다. 이와 관련해 그는 우주를 관장하는 초자연적이고 절대적인 존재, 그리고 그 존재가 관장하는 심오하고 영적인 세계로서의 영혼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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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차를 타면 라디오 채널은 항상 종교방송에 고정돼 있다. 아내가 독실한 신자라서 그런 게 아니고, 거기서 나오는 음악방송이 좋아서 그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날 차를 타고 가는데, 음악 대신 무슨 설교 같은 게 나온다. 크레도(Credo)가 나오고 키리에(Kyrie)가 나온다. 귀에 좀 익은 말인데, 그 방송을 듣다 무심결에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저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아내가 웬 일인가고 나를 쳐다본다.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아내는 근자에 고약한 일을 겪고 있는 탓인지 기억력이 좀 떨어진 것 같다. 내가 재작년 갑자기 쓰러져 열 시간 가량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다시 살아난 것을 벌써 까먹은 것일까. 그 걸 기화로 목적지까지 얼마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나는 그 당시 상황을 다시 상기시켜 줬고, 그와 관련해 종교와 신앙, 죽음과 영혼에 관해 아내와 말을 나누었다. 나누었다 라기 보다 내 생각을 일방적으로 말 한 것이다.

 

나는 2013년 4월 어느 날 죽었다. 그리고 다시 살아났다. 죽었다 살아난 기간은 한 열 시간 남짓. 치아통증으로 진료를 받다 마취쇼크로 의식을 잃었고, 그 여파로 패혈증쇼크가 온 것이다. 오후 4시경에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고 눈을 뜬 게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간이었다. 응급실로 왔을 당시, 병원 측 진단으로는 사망판정만 안 내렸다 뿐이지 깨어날 확률은 5% 미만이었다는 것. 그러다 가까스로 의식이 돌아온 것이다.

눈을 뜬 직후에도 아내와 아들은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모든 기억은 완전 까마득한 블랙아웃 상태였다. 뇌수와 척수 검사 등으로 아내와 아이에 의해 몸이 반쯤 들려진 상태로 누워 있었는데, 그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안됐다. 내가 왜 여기 누워있는가, 그리고 아내와 아이, 그리고 회사직원은 왜 또 여기 와 있는가.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나는 안온하고 편안한 마음이었고 통증 같은 것도 없었다.

주변 상황이 좀 어수선할 뿐 나는 나대로의 그런 시간이 한가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여러 의학적인 조치가 취해졌을 것이다. 한 두 어 시간 쯤 지나 아내가 나더러 물었다. 올해가 몇 년? 주저 없는 대답이 나왔다. 1964년. 아내가 울기 시작한다. 또 묻는다. 우리 집 주소는? 또 주저 없이 나왔다. 또렷하게. 마산시추산동74-5번지. 나의 중학교 적 마산 집 주소다. 아내는 내가 아마도 기억에 심대한 타격이 있는 것으로 봤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의 경험에 의하면 의식을 잃었다 살아나 돌아오는 것은 컴퓨터의 부팅과정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다. 서서히 한 순간, 한 순간을 거슬러 돌아오는 것이라는 게 그 경험을 해 본 나의 확신이다.

다음 날 새벽, 수소문을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이 잡혀진 후 나의 의식은 완전히 돌아왔다. 의식이 어느 정도 돌아온 후 나는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다. “왜 나를 깨웠느냐.” 아내가 놀랐을 것이다. 기껏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 놓으니 하는 말이 고작 그것인가. 그런 얼토당토않은 말의 뜻은, 말하자면 나는 의식을 잃고 죽어 가는 게 편안하고 좋은데, 그런 나를 왜 깨워 살렸느냐는 책망성의 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나는 지금 생각해봐도 그 상황, 이를테면 죽음으로 가는, 이승의 사람이 보기에 의식이 없는 상황이 참 편안하고 안온했다는 느낌이다.

그냥 그대로 뒀으면 죽음의 세계로 훨훨 날라 갈 사람을 굳이 붙잡아 놓은 게 서운했다는 것이고 그 서운함을 애먼 아내에게 전한 것이다. 열 시간 정도의 그런 상태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없다. 완전히 무(無)라는 생각이다. 빛도 터널도 보이지 않았다. 안온하고 편안했다는 것은 깨어났을 때 그 정도로 개운했기에 그 과정도 그랬을 것이라는 얘기다.

나는 신앙심은 약하지만, 명색이 그래도 영세를 받은 가톨릭 신자다. 영혼과 사후세계를 어쨌든 신봉해오던 사람이다. 그러나 내가 체험한 바, 죽음으로 가는 과정에서 어떤 신앙과 관계된다거나 신앙적인 이끌림으로 비롯되는 경험이나 느낌은 전혀 없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죽음과 죽음의 과정, 그리고 죽음의 세계가 소멸과 소멸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좀 더 바란다면 소멸도 아주 철저하고 완전한 소멸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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