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페 '쉐우민숲속'에서 담아왔습니다. 미얀마 쉐우민선원의 우 떼자니아 사야도 법문입니다.
화(마음)에 대한 바른 견해와 알아차림 방법
1. 화(마음)란 무엇인가? (마음에 대한 바른 견해)
많은 사람들이 화에 대해서 말을 합니다. 화를 다루는 많은 책들이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화를, 풀어야 할 삶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여기는 듯합니다. 그러나 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그 정체를 바르게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화는 자연적 조건에 따라 일어나고 사라지는 자연적 현상입니다. 자연적 현상에는 정신적 현상과 물질적 현상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화는 정신적 현상, 마음입니다. 우리는 보통 내가 화를 낸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이 생각을 믿으면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 믿는 마음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조차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해보면 이 생각과 믿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두어 달 전에 제 오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내가 명상에 관심이 있어 저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했습니다. 친구 집에 가서 저녁도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친구 부부는 큰 아들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화내지 않고 좋게 이야기 하려해도 큰아들만 보면 그냥 화가 난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경험이 없나요? 나는 화를 내고 싶지 않은데, 화를 내지 말아야지 생각하는데 화는 제 스스로 알아서 일어납니다. 이때 화는 자기 모습을 우리에게 슬쩍 그러나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화)는 네가 일으키는 게 아니야, 난 나대로 일어날만한 일이 있으면 -조건이 되면 - 일어나.’
당황하는 마음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린 뭔가 중요한 순간 많은 경우.. 당황하면 안 돼, 당황하지 말아야지..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마음은 우리말을 들어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생각이 강하게 하면 할수록 더 당황하게 됩니다. 내가 당황하고 싶어서 당황하나요? 나와 상관없이 어떤 조건이 되면 당황하는 마음이 알아서 일어납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데 일어나는 것을 내가 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화가 없어지는 것은 어떻습니까? 내가.. 없어져! 하면 없어지나요? 화가 강하게 났을 때 ‘화야 이제 그만 없어져!' 한다고 없어지는 경험을 한 분이 있나요? 화는 내가 없어지라고 해서 없어지지 않습니다. 제 스스로 없어질 때가 되어야 없어집니다. 작은 화는 없어지라고 하면서 누르면 눌러집니다. 이건 사라진 게 아니라 눌러 진 것입니다. 화를 자주 누르면 마음이 무겁고 심장 등 몸에 이상이 생길수도 있습니다. 눌러놓은 용수철이 언젠가 튀어 오르듯이 그런 화는 언젠가는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화가 사라진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화는 일어날 때 조건에 따라 어느 정도의 힘(에너지)을 가지고 일어납니다. 그 힘이 다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됩니다. 내가 사라지라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사라집니다. 당황하는 마음은 더 분명합니다. 당황하고 있는데 ‘그만 당황해야지, 침착해져’라고 생각한다고 당황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침착해 지던가요? 많은 경우 당황하지 않으려 인위적으로 노력하면 할수록 더 당황하게 됩니다. 이렇게 나와는 상관없이 자기 마음대로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마음)을 ‘내가 한다, 내 것이다’라고 할 수 있을까요? 조금만 생각해보면 마음이 내 지시대로 일어나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사실을 전혀 눈치조차 채지 못했을까요? 이런 방향으로는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을까요? 무지가 우리 눈을 가렸기 때문입니다. 바르지 못한 견해, 생각 -화는 내가 낸다. 마음이 내 것이다 - 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무지는 사실을 사실대로 알지 못하게 합니다. 바르지 못한 생각으로 보면 사실을 사실대로 보지 못하고 왜곡해서 보게 됩니다.
화(마음)는 조건에 따라 일어나고 사라지는 자연적 현상입니다. 마음입니다.
2. 화(마음)에 대해 알아차림 하는 방법
먼저 화(마음)에 대한 바른 정보에 대해 듣거나 읽어야 합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사색하여 화의 정체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화가 자연적 현상이라는 것을 이해했을 때 화를 객관적 대상으로 알아차림 할 수 있게 됩니다. 화가 제 스스로의 성질대로 일어나고 사라지는 마음이라고 이해했을 때 화를 객관적 대상으로 지켜볼 수 있게 됩니다. 화는 마음이 알 수 있는 대상이라고 이해했을 때 그것을 편안하게 알아차림 할 수 있게 됩니다.
화가 느껴지면(일어나면) 먼저 생각해 주세요. ‘이것은 자연적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자연의 이치대로 일어나는 거야, 일어날 만하니까 일어나는 거야, 마음이 일어나는 거야’ ‘마음이 알 수 있는 대상이야’ 이런 생각들 중 자신이 잘 이해하고 있는 생각을 상기해 보세요. 말은 자신에게 맞게 만들어 사용하면 됩니다. 그 의미, 뜻을 얼마나 바르게 이해하고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화에 대한 바른 생각을 떠올리면 즉각 화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게 됩니다.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 들 수도 있고, 화의 힘이 줄어들면서 똑 떨어지는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지혜의 힘에 따라 다릅니다.
일단 수행하는 마음이 화의 영향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객관적 대상으로 알아차림 할 수 있게 됩니다. 보다 편안하게 알아차림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종류의 지속적인 알아차림을 통해 지혜의 힘이 더 좋아지고 마음을 보는데 더 능숙해지게 됩니다. 화를 지켜보고 관찰하고 조사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상인 화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얻고 그 정체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이해한 만큼 우리는 화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게 됩니다. 자유로워지게 됩니다. 화가 일어날 때 바르지 못한 생각-내가 화가 났다. 저 사람이 나한테 이럴 수 있나 등-을 하면 화가 계속 더 커지게 됩니다. 바르지 못한 생각은 화에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습니다.
화는 일어날 때 조건에 따라 자기 나름의 에너지를 가지고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두 아이가 이유 없이 길을 가다 누군가에 뺨을 맞았다고 합시다. 한 아이는 내 아이이고 한 아이는 처음 본 아이입니다. 내 아이가 뺨 맞는 것을 보는 순간 여러분은 화가 아주 강하게 일어납니다. 너무 화가 나서 때린 사람과 싸움을 할지도 모릅니다. 처음 본 아이가 맞는 것을 볼 때는 화는 나지만 내 아이의 경우보다는 강하지 않습니다.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정말 나쁜 사람이네, 저 아이 아프겠다.’ 아이에 대한 나의 생각의 차이, 집착의 차이에 따라 일어나는 화의 강도는 다릅니다.
일어나는 힘은 다르지만 그 힘이 다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바르지 못한 생각을 하면 -나와 관련된 생각- 을 하면 화는 사라지지 않고 점점 더 강화됩니다. 바르지 못한 생각이 화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입니다. 바른 견해로 생각하고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 시작 하는 분들은 힘이 약한 화부터 시작해 보세요. 힘이 강한 화는 아직 지혜의 힘이 약해 다루기 힘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약한 짜증이나, 더위에 대한 불편한 느낌, 원하는 게 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화 등…….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약한 화의 마음에 관심을 가져보세요. 그것이 느껴질 때 마다 ‘이것은 자연적 현상이야’ ‘대상이야’라고 스스로 일깨워 주세요. 그리고 지켜보세요. 어떤 변화가 일어나나요? 무엇을 알 수 있나요? 화의 마음이 일어나면 느낌과 생각이 같이 일어납니다. 불쾌한 어떤 느낌을 알 수 있나요? 몸의 느낌을 알 수 있나요? 순간 몸과 마음이 긴장하는 것을 알 수 있나요? 마음이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나요? 무엇이든지 좋습니다. 마음이 쉽게 알 수 있는 것을 알면 됩니다.
처음엔 느낌이나 다른 것 하나만 아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점점 능숙해질수록 다른 것도 함께 알게 됩니다. 생각을 볼 때는 마음이 생각하는 줄 알아야 합니다. 마음이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자체에 관심을 가지세요. 생각의 내용을 보진 마세요. 생각의 내용(화의 내용)을 보면(생각하면) 화가 더 커지게 됩니다. 단지 생각이 일어날만하니까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알아차림 하세요. ‘마음이 일어났다. 생각이 일어났다’고 아세요. 어떤 경우에는 약한 화를 보려하면 바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걱정하진 마세요. 마음은 우리 수행을 위해 다양하고 많은 화를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사라지면 그냥 사라진 줄 아세요. 사라질만 하니까 사라집니다.
그럼 강한 화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아마 강한 화가 일어나고 있을 때 ‘이것은 자연적 현상이야. 이치야’라고 생각해 보아도 그 생각이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혜에 비해 화(번뇌)가 너무 강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지혜를 사용해 보아도 화가 확 커지면 정면으로 바라보려는 것을 중지해야 합니다. 화가 압도적으로 강할 때는 그 화를 정면으로 상대하려 하지 말아야 합니다.
정면으로 상대하면 KO 당합니다. 화는 제 할일 하라고 내버려 두고 쉽게 알아차림을 할 수 있는 다른 대상에 알아차림을 두세요. 배나 코의 호흡, 음악소리, 산이나 나무, 화분속의 꽃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마음이 편안하게 알아차림을 둘 수 있는 대상이면 됩니다.
편한 대상에 알아차림을 하고 있으면 마음이 점점 편안하고 안정됩니다. 일어났던 화는 제 일 제가 하다 시간이 좀 지나면 자연스레 힘이 약해집니다. 마음이 편한 대상에 알아차림 하는 일을 하느라 화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행하는 마음은 안정되고 화는 약해지면 이제 정면으로 보는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입니다.
먼저 ‘화는 자연적 현상이야, 마음이야, 대상이야’라고 생각해주세요. 그리고 그 화와 관련된 것 중 쉽게 알 수 있는 것(느낌이나 생각)을 알아차림 하세요. 보려하거나 보고 있는데 갑자기 다시 화가 확 세지면 보는 것을 중지하세요. 다시 앞의 과정을 반복하면 됩니다. 마음을 편한 대상에 둘 수 없다면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다른 일에 집중해도 됩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면 앞의 과정을 시도해 보세요.
이렇게 강한 화(번뇌)를 다루는 것은 현재 마음의 힘에 맞게 알아차림을 이어가면서 지혜롭게 마음의 힘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화(번뇌)를 피하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기억해 두세요. 화를 알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정면으로 대면해야 합니다. 수행을 통해 화(마음)에 대한 지혜가 좋아지면 점점 다루기 힘든 화(번뇌)들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됩니다.
다양한 감정들과 마음들 - 슬픔, 좌절, 분노, 탐심, 기쁨, 즐거움, 외로움, 우울, 시기, 질투, 아만 등- 도 같은 방식으로 알아차림 할 수 있습니다. 수행하는 방법과 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단 이해하면 그 원리를 모든 대상에 적용하며 수행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