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설악 망경대에서 베일 벗은 비경을 본다
강원도 양양으로 떠나는 화려한 가을여행 국민일보 입력 2016.10.05 17:44



강원도 양양의 가을은 화려한 매혹으로 다가온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고도를 낮추는 단풍이 남설악 주전골에 다다르면 기암괴석을 품은 암봉은 오색찬란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설악산이 1970년 3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46년 동안 굳게 닫혔던 남설악 망경대가 다음달 15일까지 임시개방중이다. 설레는 기대를 가득 안고 개방 첫날 탐방에 나섰다. 망경대 둘레길의 출발지이자 도착지인 양양군 서면 남설악 오색지구를 찾았다.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면 짧은 시간에 탐방할 수 있지만 망경대 코스가 일방통행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차량을 가져가면 오색에서 출발하는 것이 낫다.
해발 340m의 오색을 출발해 주전(鑄錢)골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약수터가 반긴다. 철분과 탄산수 성분 때문에 붉게 변한 약수터에 물맛을 보려는 탐방객들이 줄지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 선녀탕, 용소폭포를 거쳐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까지는 기존에 공개된 탐방로다.
주전골에는 엽전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온다. 옛날 강원도 관찰사가 한계령을 넘다가 이곳을 지날 무렵 어디선가 쇠붙이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하인에게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보게 했다. 10명의 무리가 동굴 속에서 위조 엽전을 만든다는 하인의 보고를 받은 관찰사는 그들을 잡아들이고 동굴을 없앴다. 이때부터 이 골짜기는 위조 엽전을 만들었던 곳이라 해 주전골이라 불리게 됐다는 것이다. 용소폭포 입구에 있는 시루떡바위가 마치 엽전을 쌓아놓은 것처럼 보여 붙여졌다는 얘기도 있다.
탐방로는 물 맑은 계곡을 끼고 울울한 숲길을 지난다. 길이 매우 평탄해 어린 아이들도 쉽게 걸을 수 있는 정도다. 계곡 좌우로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이어진다. 혼자만 올라 비경을 즐길 수 있다는 기기묘묘한 ‘독주암’이 우뚝 솟아 있다. 이어 밝은 달밤 선녀들이 내려와 날개옷을 반석 위에 벗어놓고 목욕을 하고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는 선녀탕이 나온다. 금강문을 지나면 용소삼거리가 나온다. 등선대를 거쳐 흘림골로 이어지는 설악산 3대 단풍 명소인 기존 탐방로는 지난해 11월 전면 폐쇄돼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8월 흘림골 탐방로에서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낙석사고가 원인이었다. 탐방로 폐쇄로 탐방객이 줄어들자 주민들은 생계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흘림골 탐방로는 가을 단풍철에만 잠깐 개방된 뒤 11월 다시 금단의 땅이 됐다.
삼거리에서 주전골 탐방로의 대미를 장식하는 용소폭포는 지척이다. 붉은빛을 띠는 높이 10m의 부드러운 암반 위를 하얀 계곡물이 미끄러지며 우렁찬 소리를 뱉어내고 있다. 이곳에도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천년 묵은 이무기 두 마리가 용이 돼 승천하려 하다가 수놈만 승천하고 암놈은 미처 준비가 안 돼 이곳에서 굳어져 바위와 폭포가 됐다는 것이다. 7m 깊이의 소(沼)는 옥색 물빛을 자랑하고 있다. 버들개·날도래·가재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1급수다. 다소 가파른 길을 오르면 본격적인 망경대 탐방로가 시작되는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다. 여기까지 약 1시간 걸린다.
망경대(望景臺). ‘많은 경관을 바라볼 수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제군 북면 용대리 내설악 지구 오세암 바로 앞의 해발 922.2m인 봉우리인 ‘만경대’와 속초시 설악동 외설악 지구 화채봉 중턱에 있는 ‘만경대’와 달리 망경대다.
망경대 개방은 양양군번영회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폐쇄된 오색 흘림골 탐방로 대신 망경대 개방을 요구하면서 성사됐다. 오색약수터를 출발해 선녀탕∼용소폭포∼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의 3.2㎞의 탐방로가 오색약수터∼만경대∼오색약수터 약 5.2㎞ 짜리 둘레길로 바뀌었다.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에서 망경대까지는 약 1.15㎞. 40분이면 족하지만 주말에는 몰려드는 인파 때문에 시간을 2∼3배 더 잡아야 한다. 처음 내리막길을 따라 가면 온정골 계곡이 나온다. 마른 물길 위에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이곳에서 길은 가파르게 곧추 서 있다. 아름드리 소나무 참나무 사이 가풀막에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이 구간을 제외하면 크게 힘든 구간이 없어 가족단위 탐방도 무난하다.
둘레길의 하이라이트인 해발 560m의 망경대에 서면 숨을 채 고르기도 전에 베일을 벗은 남설악의 비경이 감탄을 자아낸다. 한계령에서 오색약수터로 이어지는 절경이 한눈에 잡힌다. 좀전에 지나온 주전골을 오르는 탐방객들도 저만치 발 아래로 아스라하다. 가히 최고의 조망대라 할 만하다.
망경대에서 바라보는 풍경 가운데 단연 으뜸은 만물상. 웅장하게 버티고 있는 기암괴석이 숨을 멎게 한다. 주전골의 단풍은 1주일이나 열흘쯤 뒤에 절정에 이른다고 한다. 아름다운 단풍의 향연이 펼쳐져 황홀한 가을빛을 뽐낼 만물상의 경관을 마음속에 그려본다. 이후 오색지구까지는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흘림골 탐방에 대한 미련이 남는다면 흘림골 탐방지원센터를 찾으면 된다. 오색약수터와 한계령 사이 44번 국도 변에 있다. 주전골로 넘어가지는 못하지만 여심폭포를 거쳐 등선대까지 왕복하면 된다. 여심폭포에서 등선대까지는 300m에 불과하지만 장딴지가 팍팍해질 정도로 깔딱고개다. 하지만 봉우리들이 잇닿은 칠형제봉 등의 절경이 수고를 보상해주고도 남는다.
■여행메모
하조대 '애국松' 일출 장관… 죽도 해변 등 '서퍼들의 천국'
수도권에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서울-양양(춘천)고속도로를 이용해 동홍천나들목에서 빠진다. 성산교차로에서 우회전해 44번 국도를 타고 인제를 거쳐 한계령을 넘으면 강원도 양양이다. 오색약수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주전골 탐방로의 출발지인 오색지구가 나온다. 양양나들목에서 동해고속도로에 진입한 뒤 하조대나들목에서 내려서면 하조대해변으로 갈 수 있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이나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하면 약 2시간 40∼50분 소요된다.
하조대는 유명한 일출 명소다. 기암절벽 노송 사이로 솟아오르는 일출이 장관이다. 아름다운 항구로 손꼽히는 남애항과 한계령, 오색약수, 낙산사 의상대, 송천떡 정보화마을 등도 찾아볼 만하다. 하조대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죽도 해변은 가을의 문턱을 넘어섰는데도 서핑을 즐기는 이들로 북적인다. 기사문 해변 등도 서핑 마니아들이 단골로 방문하는 '서퍼들의 천국'이다.
오색지구에는 산채 정식이나 산채비빔밥, 돼지불고기 등 다양한 음식을 내는 식당들이 몰려있다. 양양에서 한계령 쪽의 범부리에 있는 범부막국수(033-671-0743)는 이름난 맛집이다. 다소 거친 면발의 막국수로 모양새는 투박하지만 별미다.
양양=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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