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1.21 07:39
[인터뷰] 윤숙자 한식재단 이사장

“한식이야말로 최고의 이야깃거리예요.” 윤숙자(69) 한식재단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콘텐츠로서의 한식의 우수함을 강조했다. 윤씨는 지난해 4월 한식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윤 이사장은 종갓집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다양한 한식을 접했다고 한다.
한식 전문가가 된 후에는 대외활동도 활발히 해왔다. 1988년 서울올림픽 급식전문위원을 필두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엔 만찬 전문위원을 맡았다. 20년 가까이 후학을 키우는 활동도 해오고 있는데, 1998년 설립한 한국전통음식연구소가 그 산실이다. 배화여대에서 한동안 교수직을 맡기도 했다.
2010년 출범한 한식재단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가 명예고문을 맡아 주목을 받은 기관이다. MB정부의 한식세계화 정책 중 상당 부분을 맡아 수행했다. 국내 유일의 한식 전문 공공기관이다. 인터뷰 내내 윤 이사장은 “한식은 문화콘텐츠”라고 강조했다.

“K팝의 성공을 뒤이어 한식이 한류 성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문화관광체육부에서 해외에서의 한류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어요. 미국, 중국, 일본 등 14개국에서 6500명에게 물었더니 가장 인기 있는 한국 문화콘텐츠로 한식을 꼽았어요. 2016년 한 해 동안 한식재단은 한식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청계천변의 문화창조벤처단지 4층에 문을 연 한식문화관에는 월 평균 1만4000명이 다녀갔어요.”
- 한식당의 질이 들쑥날쑥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식재단 사무실이 서울 서초동 AT센터 건물에 있습니다. 그 부근에 ‘식영정’이라는 한식당이 있어요. 어느날 식사를 하러 갔는데 식사 메뉴에 서비스로 전통주가 딸려 있더라고요. 식당에서 직접 만든 술이었어요. 그런데 이게 정말 맛이 좋은 겁니다. 좀 더 보완해 정식 메뉴로 팔아도 되겠다 싶었어요. 한식재단이 한식당들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연구해 보자, 결심했어요. 한식당 중에서 음식뿐 아니라 문화까지 담아내는 곳이 모자랐던 건 사실이에요. 한식재단이 한식당들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이유입니다. 한식당이 다채롭게 메뉴를 개발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사업이에요. 교육 후에 가보면 확연히 음식의 수준이 올라가 있더라고요.”
- 지난해 발간된 미쉐린 가이드에서 최초로 3개의 별을 획득한 한식당도 탄생했지요.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스물네 곳이 별을 받고 그중 두 곳이 3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됐지요. 두 곳 모두 한식당입니다. 한식재단은 해외에 있는 한식당의 수준을 올리기 위한 교육도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6개국 15개 도시에서 1900명 이상이 교육을 받았어요. 아무리 한식 자체가 잘 알려져도 막상 식당에 갔는데 맛이 없으면 안 되잖아요.”
- 전통주를 산업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지난해 소규모주류제조 면허 대상이 탁주, 청주 등으로도 확대됐어요. 몇 해 전부터 식당이 자체적으로 만든 ‘크래프트 비어’ ‘하우스 맥주’가 젊은층에 인기였잖아요. 이제 ‘하우스 막걸리’가 가능해진 겁니다. 일정 요건을 갖춘 일반음식점이라면 자체적으로 전통주를 만들어 팔 수 있어요.”
한식재단과 윤 이사장은 최근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윤 이사장의 이력 때문이다. 윤 이사장은 한식재단 이사장 취임 전에 문화융성위원회의 위원이었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몸담았던 곳이다. ‘차은택과의 인연으로 한식재단 이사장이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이에 대해 윤 이사장은 한마디로 답했다.
“차은택씨는 1기 문화융성위원이었고 저는 2기 위원이었어요. 2기 위원으로 들어간 이유도 한식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요청 때문이었어요. 1기에도 한식 전문가가 계셨거든요. 한복려 선생님이셨어요. 차은택씨와 저는 함께 위원회에 있지도 않았어요. 한식재단이 미흡하거나 개선할 점이 있다면 당연히 받아들여야겠지요. 그런데 정당하게 진행된 사업이나 인사마저도 루머에 휘둘리면 이제 막 성과를 내기 시작한 한식진흥정책 사업이 다시 성장동력을 잃게 될까 우려됩니다.”
- 2017년 한 해 어떤 사업이 예정되어 있습니까
“한식 관련 사업을 다양한 부처나 단체에서 추진하고 있어요. 이걸 통합하고 조정해 한식재단이 실질적인 구심점 역할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해외에 있는 한식 관련 단체도 한데 모이는 장을 마련할 예정이에요. 작년에 처음으로 월드한식페스티벌을 열었어요. 한식의 미래를 논하는 자리였어요. 올해에도 열 계획입니다. 한식당 경영주 교육 사업도 확대합니다. 지난해 시범적으로 서울·경기·강원·충청 지역의 한식당 경영주들에게 교육을 했거든요. 올해에는 전국의 한식당으로 대상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한식 표기법 통일도 시급해요. 평창 동계올림픽이 벌써 한 해 앞으로 다가왔잖아요. 한식 명칭의 영어, 일어, 중국어 표기를 통일해 알릴 예정입니다.”
- 민간에 있다가 공공기관에 들어가 보니 어떻습니까.
“한식재단을 지켜보시는 분들 중에 조금 성급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아요. 일본 같은 나라는 한식재단과 같은 성격의 기관을 20년 전에 만들었어요. 한식재단은 이제 일곱 살입니다. 아직은 평가를 하기 이르다고 봐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