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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서부여행

경인생 2015. 7. 31. 17:01

 


미 서부로 떠난 캠핑 여행 에쎈 | 입력 2015.07.3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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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미 대륙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직접 보고, 캠핑과 트레킹을 통해 대자연의 숨결을 느끼고 체험했던 3박 4일간의 기록.

화려한 라스베이거스를 뒤로하고 '트렉아메리카'의 미니밴에 올랐다. 타들어갈 듯이 뜨거운 태양 아래 바싹 말라 있는 네바다 주의 토양과 신기하게도 그곳에 뿌리를 내린 식물들,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리고 기도하는 모습을 닮아 이름 붙은 조슈아(여호수아) 나무…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차창 너머로 펼쳐진다. 미국에는 정부가 지정한 401개의 국립공원이 있는데 흔히 볼 수 없는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그랜드캐니언을 비롯해 요세미티, 옐로스톤 등 많은 국립공원이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저마다의 특색과 웅장함으로 탄성을 자아낸다. 미 서부의 유타ㆍ애리조나ㆍ콜로라도ㆍ뉴멕시코 주의 대표적인 국립공원을 연결하면 원 모양이 그려진다. 이 지역을 '그랜드 서클'이라 하는데 20억 년 이상 물, 바람 등에 의해 형성된 자연경관이 장관을 이룬다. 그랜드캐니언, 자이언, 브라이스 캐니언, 캐피탈 리프, 캐니언 랜드, 아치스, 메사버드 등 국립공원 7곳과 모뉴먼트 밸리, 구스넥 주립공원 등이 포함된다. 이번에 찾은 곳이 바로 그랜드 서클의 핵심이다.

아름다운 대자연을 간직한 미국 국립공원

▲ 나무 하나 없는 사막을 30분가량 걷다보면 깎아지는 절벽 아래로 호스 슈 밴드를 만날 수 있다.

▲ (좌) 빛에 따라 색과 형태가 시시각각 변하는 앤텔로프 캐니언. (우) 자이언 국립공원은 산과 강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인기가 좋다. 국립공원 내에서 캠핑도 가능하다.

▲ 앤텔로프 캐니언에 가려면 인디언 투어를 이용해야 한다. 하늘색 지프를 타고 달려 도착한다.

▲ 브라이스 캐니언의 일몰. 하얗고 붉은 돌기둥들이 장관을 이뤄 눈을 뗄 수 없었다.

▲ 여행 내내 이용했던 트렉아메리카의 15인승 밴.

처음 향한 곳은 유타 주의 '자이언 국립공원(Zion National Park)'. 자동차로 3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이곳은 산과 강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트레킹 코스로도 유명하다. 왕복 2시간 코스인 에메랄드 풀 트레일(Emerald Pool Trail)을 골라 트레킹을 시작했다. 셔틀버스를 타고 입구에 내려 에메랄드 풀을 찾아 올라가는 길은 그리 만만한 코스가 아니었으나 아빠 손을 잡고 온 미국 아이들은 잘도 올라갔다. 뜨거운 태양과 이어지는 오르막에 쉽게 지칠 수 있으니 모자와 선글라스를 꼭 착용하고 물도 넉넉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지친 발걸음에도 졸졸 흘러내리는 좁은 폭포를 만나니 다시 힘이 생기는 듯했다. 물의 생명력이 느껴졌다. 에메랄드 풀을 찍고 내려와 마시는 쿠어스 맥주 한 모금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2시간을 달려 유타 주 남서부의 브라이스 캐니언(Bryce Canyon)에 도착했다. 붉은 빛깔의 돌기둥, 후두(hoodoo)가 수없이 펼쳐지고,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풍광이 눈을 매혹시켰다. 20억 년 전 형성된 콜로라도 고원이 풍화작용을 통해 깎여 지금의 모습으로 남은 것. 선셋 포인트에 서서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니 해가 붉은빛을 발하며 사라져갔다. 후두 사이로 트레킹 코스가 있는데 시간이 부족해 여유 있게 걷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이날 저녁은 근처 캠핑장에 짐을 풀었다. 숙박 시설은 통나무집인 캐빈과 인디언 티피(Tepee)가 있다. 캠핑장은 깔끔한 샤워 시설과 레스토랑을 갖추고 매점에서 식재료와 담요, 음료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하며, ATV도 대여 가능하다. 바비큐를 즐기며 밤이 깊어지는 사이 기온이 점점 떨어졌다. 우리가 묵은 티피는 원추형의 천막 텐트. 침낭을 덮고 잠을 청했지만 추워서 잠이 오지 않았다. 해발 2430m로 여름에도 서늘한 곳인데 밤에는 기온이 더욱 떨어지므로 두꺼운 침낭과 옷은 필수다.

다음 날 아침, 상쾌한 공기와 햇살 속에서 눈을 떴다. 투어리더(트렉아메리카에서 운전과 안전을 담당하는 사람)인 재미교포 케니 지가 기존 투어 루트에는 없는 대단한 곳에 데려가겠다고 해 잔뜩 기대가 되었다. 유타에서 3시간을 이동해 도착한 곳은 애리조나 주 페이지(Page) 근처의 호스 슈 밴드(Horse Shoe Bend). 콜로라도 강이 말발굽 모양으로 굽이쳐 흐르는 지형에서 이름 붙여졌다.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진 거대한 말발굽 형태의 강이 시선을 압도한다. 절벽 아래로 흐르는 푸른 콜로라도 강을 보니 아찔해진다. 이어 미리 투어를 예약해둔 앤텔로프 캐니언(Antelope Canyon)으로 출발했다. 나바호 인디언 자치구역인 이곳은 오직 인디언만이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또 범람의 위험이 있어 가이드가 동반해야 방문이 가능하다.

투어는 2시간 정도 걸리는데 8명씩 하늘색 지프를 타고 이동해 설명을 듣는 방식. 앤텔로프 캐니언은 여러 해에 걸쳐 범람을 거듭하며 생긴 사암 협곡으로 어퍼와 로워 두 지대로 나뉜다. 183m에 이르는 어퍼 앤텔로프 캐니언의 좁다란 길을 따라 걸으며 빛에 따라 색깔과 형태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아름다운 광경을 감상했다. 마치 윈도우 배경 화면 속으로 들어온 듯했다. 투어 시간은 태양이 높고 빛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여름이, 시간대는 정오가 가장 좋다. 이곳은 인디언 소녀가 잃어버린 양을 찾다가 발견했다고 한다. 1997년부터 일반에 공개되어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데 해마다 사진가들이 꼽는 가장 아름다운 지역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사진가를 위한 투어도 있다. 2시간 30분의 시간이 주어지며 자유롭게 삼각대를 사용할 수 있다.

 

나바호 인디언의 성지, 모뉴먼트 밸리

▲ 모뉴먼트 밸리는 서부영화의 단골 촬영지기도 하다. 영화감독 존 포드의 이름을 딴 '존 포드 포인트'에서 바라본 모습.

▲ 이른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 프라이 브레드에 각종 채소와 살사, 스테이크가 올라간 나바호 타코.

▲ 우리가 묵었던 호건. 전기도 샤워시설도 없지만 꼭 한번 경험해 보면 좋다.

다시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가 있는 유타 주로 이동했다. 모뉴먼트 밸리는 나바호(Navajo) 인디언들의 성지. 성스러운 곳답게 전기도 물도 쓸 수 없고 휴대폰엔 '서비스 안 됨' 문자가 떴다. 나바호는 아메리칸 인디언 중에서도 가장 큰 부족인데 모뉴먼트 밸리에는 130여 명의 나바호족이 살고 있다. 우리는 '흰 말'이라는 뜻의 인디언 이름을 가진 존의 안내를 받아 지프를 타고 지역을 둘러봤다. 토템 폴(Totem pole), 미튼 바위(Mittens), 엘리펀트 뷰트(Elephant Butte) 등 요새처럼 우뚝 솟은 바위는 저마다 이름을 가지고 있다. 나바호족의 주거 형태인 '호건(Hogan)'과 비슷한 모습을 한 '빅 호건'과 '하늘의 눈' 등 자연의 작품을 감상했고 자유롭게 달리는 말들을 마주했다. 저녁식사는 나바호 타코를 맛봤다. 옥수수전분이 섞인 두툼한 프라이 브레드에 양파와 양상추, 토마토 등을 올리고 살사를 곁들인 음식으로 스테이크 한 덩이도 올라간다. 식사 후 인디언의 춤과 노래 공연을 보았다. 술이 금지돼 물을 홀짝이며 주위를 둘러보니 천천히 달이 떠오른다.

아메리칸 인디언은 지역과 종족에 따라 다른 주거 문화를 지니고 있다. 나바호족은 천장이 뚫려 있는 흙집, 호건에서 생활하는데 우리도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샤워 시설이 없어 씻는 것도 포기한 채 잠을 청했는데 의외로 따뜻했고 잠도 잘 잤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단체 관광을 통해 이곳을 찾는다. 기껏해야 지프 투어 정도의 겉핥기만 하는데, 하룻밤 묵으면서 체험해보니 장소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이곳이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밤이 깊어지자 머리 위로 도시에서 한 번도 찾아보지 못했던 북두칠성이 국자 모양을 그리며 반짝이고 있었다. 살면서 꼭 한 번은 경험해보면 좋을 그런 밤이었다.

 

미 서부 그 속살을 만지다

▲ 그랜드 캐니언 정상을 따라 트레일이 나 있는데 걷다가 쉬다가 낮잠도 잘 수 있다.

▲ 그랜드 캐니언 캠프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

▲ 헬기에서 내려다 본 그랜드 캐니언. 협곡 아래로 흐르는 푸른색의 강이 콜로라도 강이다.

▲ 상점과 음식점, 주유소, 이발소 등 옛 모습을 한 루트 66을 둘러보는 것도 묘미.

드디어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Grand Canyon)에 도착했다. 가본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이곳은 수억 년에 걸쳐 형성된 장대한 협곡이다. 길이 450km, 너비 6~30km, 깊이 1.6km로 웅장함의 차원이 다르다. 애리조나 주 북부에 위치한 그랜드캐니언은 1979년 세계 유네스코 자연유산에 등재되었고 한 해 5백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 사우스 림(South Rim)과 노스 림(North Rim)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노스 림은 여름에만 오픈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우스 림을 방문한다. 트레킹 코스로는 '브라이트 앤젤 코스(Bright Angel Course)'가 유명하다. 편도 9.6km의 난이도 높은 코스로 협곡 아래 흐르는 콜로라도 강을 만날 수 있다. 이 외에도 그랜드캐니언 정상을 걸으며 절경을 감상하는 도보 코스가 있고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날은 그랜드캐니언 사우스 림에 위치한 캠프 그라운드에서 1박을 했다. 자연 친화적 캠핑장으로 다람쥐, 사슴 등의 야생 동물도 만날 수 있다. 그랜드캐니언에는 몇 가지 옵션 투어 프로그램이 있다. 헬기 투어는 하루 전 예약해야 하며 284달러로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지만 그랜드캐니언을 좀 더 가까이에서 제대로 보고 싶다면 과감히 투자해도 좋다. 헬기 투어는 여러 회사에서 진행하는데 가장 최신 기종의 헬기를 갖추고 있다는 마버릭 헬리콥터(Maverick)의 40~45분 코스를 선택했다. 사우스 림은 물론 노스 림까지 땅에 발을 디디고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웅장한 풍광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하늘에서 그랜드캐니언을 내려다봤으니 이젠 콜로라도 강을 래프팅할 차례. 아이맥스 영화를 통해 그랜드캐니언의 또 다른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다시 라스베이거스로 돌아가는 길. 1시간 반 남짓 달려 작은 마을 셀리그먼(Seligman)에 다다랐다. 이 도시는 루트 66 부활의 서막을 연 곳이다. 루트 66(US Route 66)은 미국 최초의 대륙 횡단 고속도로. 1950년대에 더 넓고 빠른 인터스테이트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찾는 이들이 뜸해져 1980년대에 고속도로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옛길이다. 루트 66은 시카고에서 산타모니카까지 8개 주에 걸쳐 4천여km가 이어진다. 미국의 소설가 존 스타인벡이 그의 소설 <분노의 포도>에서 '마더 로드'라 부르기 시작했고, 엘비스 프레슬리와 밥 딜런도 청춘을 그리며 그 시절의 루트 66을 노래했다. 이 길은 아메리칸드림을 찾아 떠난 젊은이들과 여행자들이 지나온 길이기도 하다. 셀리그먼 이발소 주인의 노력으로 루트 66은 2003년 '히스토릭 루트 66'이라는 이름으로 복원되었다. 소규모 상점과 레스토랑, 카페, 주유소, 모텔 등이 1950년대의 모습 그대로 자리 잡으며 옛 미국의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카> 역시 루트 66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셀리그먼의 유명한 레스토랑 '스노캡'에 들러 점심으로 햄버거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마을을 둘러본 다음 다시 3시간을 달려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왔다. 20억 년 전으로부터 1950년대를 거쳐 현대 문명사회로 돌아오는 길 치고는 짧았다.

트렉아메리카

18~40세 여행자 13명과 미국인 가이드가 15인승 밴을 타고 함께 북미 지역을 투어하는 다국적 여행 프로그램. 교통비와 숙박비, 일부 투어비와 입장료, 일부 식사비 등이 여행 경비에 포함되어 있다. 1972년부터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미국 30개 대도시와 40개 중소 도시를 몇 개 지역으로 나눠 여행하는데 기간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된다. 버스나 기차여행보다 편리하고 자동차 여행보다 저렴하며 글로벌 교류도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 중년 이상이거나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골드러시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출발해 그랜드캐니언, 모뉴먼트 밸리 등을 여행하고 LA로 돌아오는 5일짜리 코스로 여행 전문가인 재미교포 투어리더가 인솔해 의사소통이 자유롭다.

+ 문의: 허클베리핀(트렉아메리카 한국지사) 02-778-6778 www.trekamerica.co.kr

 

글·사진: 박선희 기자 | 디자인: 김다연 | 취재협조: 미국관광청(www.discoverameric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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